2박 3일간 ME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2년 전에 다녀왔지만, 그때는 수강자로 들어갔었지요.

이번엔 제가 발표 부부 세 부부 중 한 부부가 되어 들어갔습니다.

첫 발표를 했으니, 드디어 ME 의 '팀 부부'로서 머리를 올린 셈입니다.

제 블로그가 조용하군요. 그럴만도 하지요. 며칠간 너무 바빠서 아무런 말도 못 올리고 사라진데다가, 그 안에서 인터넷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는 더더욱 없었지요. 매시간 종들고 뛰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아내와 함께 하는 발표 같이 준비하고, 또 둘만의 사랑의 편지도 엄청 쓰고...

부부는 세상의 기본이며 가장 작은 사회단위입니다. 따라서 부부가 변하면, 세상도 변화할 수 있겠지요. 그런 것들을 새삼 확인하고 온,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첫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무척 걱정하고 그랬는데, 마지막날에는 화창하개 개인 날씨가 마음마저도 평화롭게 해 주었습니다. 부부 사랑도 물론 다시 확인하고... 많은 부부들의 사연에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좋은 시간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일 나가는게 조금 두렵긴 했지만. 하하.

마침 한국 가셨던 부모님께서도 오시고...

아내에게 썼던 편지 하나 여기에 옮겨둡니다. 오랫만에, 손에 쥐 나도록 볼펜 잡고 편지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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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크리스티나,

철없던 시절, 나는 내 삶이 참 보잘것없고 별볼일 없는 것이라 느꼈던 적이 많았습니다. 내 삶은 마치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 한 알처럼 가치없는 것이고, 내 삶은 그저 세상에 우연히 주어져 밥이나 축내고 있는 것이라고 자학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나를 조금씩 짓누릅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 하고...

만일 그때 내가 '나'를 조금 더 사랑했었더라면, 아마 당신에게 조금 더 나은 남편이 될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부모님께도 조금 더 나은 아들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또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지금처럼 빛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아침 강의실에서 피곤해하는 내 목을 꼭꼭 주물러주며 당신의 온기를 전해주었던 모습이 새롭습니다. 가스 브룩스의 사랑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찍어내던 당신의 모습은 불현듯 우리가 결혼하기 전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날 데리고 갑니다. 지금 이 피정센터처럼 아름다운 퓨젯사운드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학교 도서관 앞 광장의 피크닉 테이블 앞에 앉아서, 난 그리움에 젖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그때의 감정, 그 애상에 다시금 젖는 나를 보며, 나는 결혼 후 13년간 당신에게 그때와 같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요. 내 인생은 당신이 내 곁에 나타났기에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지요. 무언가 그리워할 대상이 생긴 것, 그리고 내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자 하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엔 의미가 부여됐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던 그 날부터, 나는 정말로 세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고 싶어했던거죠. 그저 희미하고 목적없이 표류하던 내 삶에, 당신은 구체적인 목적을 주었더랬어요. '당신과 함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의미가 되었고, 나는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 해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던 거죠.

그래서 그때야말로, 나는 내 인생에서 그때까지 해 보지 못했던 온갖 노력을 경주해서 당신과 함께 있겠다는 내 소망을 달성했어요. 약속했던대로 지금 나는 당신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당신이 내 아내로서, 이 인생길을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내 모습은 많이 느슨해지고 나태해졌지요. 그 뜨거웠던 사랑의 고백이 빛을 잃으면서, 당신은 내게 적지 않은 실망도 했을 것 같아요.

 오늘, 나는 당신에게 가졌던 그 열망의 시간들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가지면서, 예전의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열정이 단지 당신만을 향한 것만이 아니었음을 새로 깨닫게 돼요.

그것은 새로 찾았던 내 삶에 대한 열망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나 혼자만 다시 세울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닌 거예요. 비로소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찾았던 내 삶의 소중함.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신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열망인 거지요.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당신이 내 삶에 와 주었기에 비로소 완성되는 그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것을. 그리고 바로 그 '의미' 자체로 당신이 내 옆에 있어줌을.

사랑하는 당신의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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