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결심이다!"

이태 전, ME 의 첫 주말에 다녀왔을 때, 참가자들은 부부간의 사랑이야말로 상호간의 사랑을 다시한번 다짐하며, 계속해 내가 선택한 이 사람의 단점을 커버하며, 장점을 드러내주고, 서로간의 차이를 이해하며 사랑하겠다는 결심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가 부부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배우자에게 무관심했는지, 혹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감동을 잃어버리고 살았는지를 다시한번 깨닫고 서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다시한번 우리를 무디게 만듭니다. 다시 예전의 구태들은 계속되고, 서로를 원망하고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그런 와중에서 저희 부부는 ME 의 봉사자 교육인 '디퍼'로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과거의 '사랑에의 결심'을 되새기게 됐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디퍼 교육을 통해 받은 감동이 바탕이 되었는지, 이런저런 할 일들이 눈에 띄게 됐습니다. 오늘만 해도 당장 아내가 일 나가고 없는 사이에 집안을 치우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먹을 것을 만들어놓고, 이미 잎사귀가 떨어지고 있는 튤립들이 마지막 자태를 뽐내다가 스러져가는 화단을 정돈하고... 전에 보지 못했던 일거리들이 눈에 띄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과거 '상식의 선'에서 바라보면 분명히 내가 먼저 나서서 했어야 할 일거리긴 합니다. 그러나 서로에게 편해졌다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에게 '저 사람이 해 주겠지' 하고 미뤘던 일거리들이기도 합니다. 평소같았으면 아내가 맡아서 할 일거리들을 찾아 내가 하나씩 처리하려고 드니, 이 일들이 이만저만 힘든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면서,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했을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내가 평소에 집에서 해오던 일들은 말 그대로 '아무리 해도 기갈조차 안 나는', 표시조차 안 나는 일들입니다. 방구석은 치워도 치워도 고만고만한 애들 둘이서 난장판을 치고 때로는 조카녀석들까지 와서 난장을 피우면 말 그대로 10분이면 도로아미타불이고, 빨래는 해도 해도 끝이 안 나고, 설겆이는 그때그때 바로바로 해 주지 않으면 개수통이 넘치도록 쌓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그래도 조금 눈에 띄게 해 놓고 나니, 아내가 집에 돌아와서는 입을 딱 벌리고 아무말도 못하더니 조용히 눈가를 훔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녀를 안아 주기만 했습니다.

사실, 저는 두 주간의 휴가가 끝나가는 와중입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뉴저지에서 열리는 디퍼 주말 교육을 마치고 처가집에 가 있었을 테지만, 이 행사가 샌프란시스코로 장소가 바뀌는 바람에 그냥 그 주말에만 타지에서 보내고, 나머지 휴가는 집에서 이렇게 쉬고 있기에 이런저런 집안일들을 하면서 아내의 고충을 마음으로 새겨보고 있는 중입니다. 차라리 잘 됐다 싶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녀에게 '잘해준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도움을 주지 못했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그녀를 위해 내가 찾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 주면서 우리가 원래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감정들을 다시 되찾고 있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결심이 얼마나 갈런지는 모릅니다. 이제 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저 역시 힘들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또 일을 미룰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말 한마디라도, "내가 해 줄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받았던 감동들을 오래오래 가져가보고도 싶습니다.

하나는 분명합니다.

이번 디퍼 주말의 약빨 역시, 제가 다시금 제 자신을 돌아보고 실천해야만 오래 갈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제 자신에게 결심언으로서 거울을 보며 말해 봅니다.

"약빨은 결심이다!!!"

권종상 요셉